1. 저 이란가요!

“네, 이란이요?”
“갈 수 있는 곳이에요?”
“살아 돌아오세요.”
“이란은 어떤 곳이죠?”

내가 이란에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다.
사실 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다.
이란을 선택한 것은 무궁무진한 무지함 때문에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태국 여행에서 돌아올 때, 구글 맵을 돌려보다가 아름다운 이미지를 한장 발견했고,
그곳은 이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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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journal-neo.org/2016/03/01/iran-makes-trade-not-war-with-eurasia/

2. 페르세폴리스

사실 알아보려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많았다.
그럼에도…

  • 1번. 믿고 의지하는 남친이 모든 여행 준비를 대신해주었다.
  • 2번. 작년 10월 이후 나는 무던히도 바빴고, 그리고 올해 10월까지 바쁠예정이다.
  • 3번. 그냥 가서 느끼지 뭐.

의 이유로 여전히, 이란이 어디에 붙어있는지, 역사 문화는 어떠한지 알아보지 않았다.
특히 평소에 역사/문화/사회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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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너무 심한가 싶어, 출발이 임박해 페르세 폴리스라는 책을 읽었다.
이란의 전쟁&혼돈 시기에, 오스트리아에 갔다가, 다시 이란에 돌아왔다가, 결국엔 다시 유럽으로 떠난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적인 만화다.
아트 슈피겔만의 를 연상시키는 책이었는데, 실제로도 작가가 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이란의 혼돈과 억압의 시기에, 여자로서의 청소년기, 망가진 삶 등을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책은 넘나 재밌었다. 아마 다른 페이지를 열어 따로 정리하고 싶다.
근데 재미는 재미고, …… 이제 저 억압의 나라에 내가 곧 가야한다…😱

망했다. ㅋㅋ
내 마음을 흔들었던 페르시안의 찬란한 문명보다는, 이제서야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3. 옷

여행이 가까워 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입는 바지는 대부분 찢어진 청바지라는 것이다.

찢어진 흰색 청바지, 찢어진 스카이블루 진, 찢어진 스키니 진, 찢어진 흰색 반바지…

느낌이 올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이란에서는 모두 입을 수 없다.
우선 기본으로는 머리카락을 가려야하고 손과 발을 제외하면, 어떤 노출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
테헤란에서 & 외국인에게는 잣대가 엄격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다.
내일은 유니클로에가서 얌전한 바지와, 긴 롱치마를 하나 사야겠다..

4.

어떤 블로그에 보니, 여자는 버스 앞문으로 타지도 못한다고 한다.
책에서도 위키에서도 여성들의 차별을 잔뜩 읽었다.
이런 힘듦을 공유했더니, 누군가는 나에게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그럼 남장을 하는 건 어때요?”

와우 천재같은 제안이다! 한번 해볼까 했는데…
오 마이 갓, 동성애는 사형이라고 한다.
실수로 남친 손을 잡았다가 서남아시아의 거친 땅에서 죽을 순 없다 ㅜㅜ.

나와는 달리 여행준비를 꼼꼼히 하고 있는 남자친구는 나에게,
흥에 겨워도 길에서 춤을 추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사진을 요란하게 찍는 것도 안된다고 했다.
여행을 참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번거롭고, 귀찮은 나라는 처음이다.

5.

즉흥적으로 선택한 나라인데, 치뤄야 할 대가가 많은 것 같다.
이제야, 내가 괜한 짓을 너무 어린나이에 선택한 것은 아닌가 싶다.ㅋㅋ

가기전에 입지도 않을 치마나 얌전한 바지도 사야하고,
더더욱 앞으로 쓸일 없는 히잡도 사야하고,
게다가 미국을 좋아하는 내가 앞으로는 미국 여행이 전보다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나라에 난 왜 가는 걸까.

덧.

앞으로 가기 힘들 미국 걱정에…. 이란에 가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절차만 거치면 미국에 다 갈 수있다는 위로들을 들었지만,
그 중 나에게 최고의 한마디는

“그깟 미국, 못오게 하면 가지마.”

라고 해준 루시의 한마디였다.

이 여행이 앞으로의 미국여행 or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지만,
취소할 수 있는 기회도 지난 몇 달간 수차례 있었지만,
어쩐지 이 특별함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무엇을 내려놔야할지, 가서 어떤 고초를 겪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는,
눈 앞에 놓인 여행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미국은…. 오지말라고 하면 안가지뭐! 흥 ㅜ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