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1-20180324

우화같은 이야기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봤다. 제목 처럼, 모든 장들에는 각종 동물인 비스코비츠가 나온다. 그리고 비스코비츠가 사랑하는 리우바가 나온다. 비스코비츠는 달팽이면서, 돼지이면서, 전갈이었다가, 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인간을 빗댐으로써 씨니컬한 우화가 되어버렸다.

인상 깊은 장면들이 꽤 많았는데, 특히 카멜레온 비스코비츠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이는 흡수&복제가 가능한 카멜레온 비스코비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리우바의 조언으로 결국 자기 자신이 남을 복제하는 것임을 알아내자, 자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다소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다.
불완전한 자웅동체인 달팽이에 빗댄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르시시즘, 동성애, 리비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시 자웅동체인 해면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는데, 해면은 조류의 흐름에 따라 정자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번식을 하는 통에, 모든 가족이 콩가루이다. 비스코비츠는 또 역시 리우바에게 사랑에 빠졌지만, 조류의 흐름이 반대라서 그녀에게 닿지 못하는데, 어느날 조류가 리우바를 향하는 찬스가 왔지만, 그 때 비스코비츠는 암컷이 되고 만다. 그렇게 성도 바뀌고 조류도 바뀌면서 비스코비츠는 자기 자신의 시어머니가 되고 마는데, 며느리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며 안도하는 모습이 조소를 안긴다.

인간의 사랑, 잔인함, 역설, 외모, 부, 정체성 등의 면면에 대해, 여러가지 동물의 생물학적인 실제에 비유한 책은 참 새롭고도 흥미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책에 표시해 둔 메모들도 기록을 해두고 싶다.

일단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