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어떻게 얻어낸 5월 대선인데, 놓칠 순 없다.
이른 아침 비행이라, 더더욱 이른 새벽에 인청공항에 도착했다.
사전투표 첫 날이어서 그런지, 온갖 언론사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나와 남자친구는 초조하다.
어쩐지 가는 나라가 나라인지라 걱정하실 부모님 때문에,
이 나이 먹고도 철없이 뻥을 쳤기 때문이다.

투표하는게 죄도 아닌데 고개를 푹숙이고 내 차례를 한참을 기다리다,
목이 아파 고개를 들었다.

“이곳은 인천공항입니다.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내가 한 리포터 뒤에서 카메라로 정면으로 찍히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빛의 속도로 뒷걸음질 쳤다.

핳..

이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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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부치기

아무래도 우리가 큰 일을 저지르긴 한 모양이다.
짐을 부치는데, 항공사 직원이 연달아 묻는다.

“이란 맞으세요? 테헤란?”
“비자는 어떻게..?”
“도착시 복장규정은 알고 계시죠?”
“잠시만요…”.

그리고는 직급이 높아 보이는 직원과 한참을 대화한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을 못했는데, 벌써부터 쫄린다.
뒤에 있는 두세명의 항공사 직원들은 “이란? 저기가는 사람 처음봐..” 하면서 쑥덕거린다.

아니, 잘 없긴 하지만, 내가 개척자는 아닐 텐데요? ….
뭐가 잘못된 걸까 생각했지만, 십여분동안 그들의 상의 끝에 짐을 부쳤다.

검색대

한 두번 여행간 것이 아닌데, 검색대에서 우리를 불러 세운다.
의심갈 만한 것은 들고 온 것이 없는데…

우리 짐은 두어번 더 체크를 받고,
이란에 가는 것을 한차례 더 확인 받은 후 통과했다.
아 여기는 인천공항인데…. ㅋㅋㅋ

비행기 탑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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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부치고,검색대도 통과해, 면세점에 들렀다가 게이트근처 라운지에서 기다리는데,
방송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
이번엔 또 뭔가 싶어, 쪼르르 데스크로 갔다.

“이스라엘 가세요?”
-“아뇨, 이란이요.”
“아, 테헤란이 이란이죠?, 그럼 이스라엘 방문한 적 있으세요?”
-“아뇨, 없습니다.”

대화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승무원이 내가 앉은 자리까지 뛰어 따라온다.

“스카프나 히잡은 챙기셨어요?”

이쯤 되니, 진짜 큰일을 저지른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ㅋㅋ
다시 자리에 앉으니, 내 앞에 히잡을 쓴 여인들이 쭉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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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란,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걱정을 일으키는 곳인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할까 생각하며 비행기에 탑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