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

  • 목줄을 풀어준다는 것은 강이를 집에 가둔다는 뜻이고, 목줄을 묶는다는 것은 강이와 함께 바깥으로 나간다는 뜻이었다.
  • 눈을 좋아하는 강이었지만 막상 눈위에서 강이는 우뚝 서있기만 했다.
  • 바들바들 떨면서 눈이 제 얼굴에 떨어지는 걸 골똘히 보고만 있었다. 강이는 눈을 이상해했다. 무서워했고,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좋아했다.
  •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면 무서움은 사라질 줄 알았다. 익숙해질수록 더 진저리쳐지는 무서움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 꽃들은 죽기위해 햇살을 받으려는 것 같았다. 꽃들은 물 대신 햇살로 목을 축였고, 그래서 오히려 타들어갔다.
  • 어느 쪽이든 꽃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 꽃들이 병신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모두다 똑같이 병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칭찬받았다.
  • 타투이스트는 사람마다 통증이 다르다고 했다. 누군가는 아주 커다란 상처를 새겨도 전혀 아프지 않고, 누군가는 아주 작은 상처를 새겨도 남들보다 더 아프다고했다. 추위를 많이타는 사람과 덜 타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아픔을 많이 타는 사람도 덜 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 “거울을 보면 지느러미를 펼쳐요. 자기 모습을 보고서 싸우려고 그러는 거예요.”
  • “꼭 혼자 두셔야해요. 합사시키면 죽을 때 까지 다른 물고기와 싸워요. 매일 거울 보여주시고요. 거울 안보여주시면, 지느러미가 말려들어가서 죽을 거예요.”

독후감

나는 늘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고민해왔다. 어릴 때는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바깥에 드러나는 모든 것이 나였다. 뭔가를 숨기기 시작할 때부터 드러난 내가 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 부터는 나를 설명해왔다. 설명할 수록 나는 점점 기괴한 내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멍청한 사람인지 똑똑한 사람인지.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나를 감추고 싶은가 하면 내가 쓰고 내가 보는 일기에서조차 은유와 함축이 넘쳐난다. 그러면서도 한켠으로는 얼마나 나를 드러내고 싶어하는지, 다시 나는 어떤 사람이다를 설명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는 누군가에게 나는 굉장히 낯을 가리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나는 재치있고 활발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겐 항상 밝고 상처한번 받아보지 않았으며 죽고 싶다라는 단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한없이 어둡고 칭얼거리고 삶이 그저 숙제같은 사람일 것이다.

읽던 끝자락에 생각했다. 소설을 쓰고 싶다기 보다는, 내가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쓰면 달라질 수 있을까. 왜 그랬지는지 끊임없이 고리를 맞추고 단어로 감추는 것이아니라. 그저 서사를 펼쳐 놓으면 내가 쥐고 있던 상처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같은.